사전예방의 원칙? 의도는 선하지만 결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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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후위기관련

사전예방의 원칙? 의도는 선하지만 결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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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분야에서는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란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환경파괴의 위험이 있을 때는 적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위키백과 참조).

사전예방의 원칙. Maxweiss1,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얼핏 들으면 좋은 의견이구나! 하면서 쉽게 동의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의 방식과는 어느 정도의 괴리가 있는 원칙이구나! 하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은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라는 부분입니다. 물론, 환경파괴가 심각할 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제재를 가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으며 증거가 충분하더라도 자칫 우리들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에 불필요하고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전예방의 원칙을 주장하는 분들은 유독 환경 분야에만 이러한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려고 하는지 그 당위성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합니다. 현재는 기후위기로 사망하는 이들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 현실의 문제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불특정 다수에게 미래에 발생할 종말론적인 일들을 미리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논리를 펼치더라도 현재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이들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는가? 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사고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장에 전 영역으로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해 지금 당장 모든 사람들의 자가용 타기부터 금지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래의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할 위험과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에서 발생하는 위험들 간에 무엇이 위험도가 더 높은지에 대해 비교하고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기후위기기후변화에 대해 전 세계와 정부들이 추진하는 정책들의 당위성에 시민들이 동의하고 그들의 합당한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미리 제한을 해야돼! 라는 식의 윤리적 호소를 통한 막연한 제재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장에 위험과 위기로 기후위기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입니다.

burning earth CC0  공개 도메인

사전예방원칙은 주로 기후변화, 환경오염, 유전자변형생물체(LMO)관련 바이오 안전, 식품 안전등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사전예방원칙의 일반적인 정의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논쟁이 없는 사전예방원칙의 모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김은성, 2011).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 원칙의 논리상 허점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LMO Biohazard Mark(유전자변형생물체 생물재해표시). 출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생물안전정보망

모든 일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잠실에서 지하철로 판교까지 출퇴근을 하는 A씨는 최근 경기도 용인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노선이 마땅치 않아서 잠실에서 용인까지 차를 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A씨는 최근 자동차 1000대당 사고 발생건수에 관한 지역별 통계자료를 보고 1000대 중 자신의 차가 언젠가 사고가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지만 안전하게 운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시민들의 모습인 것이죠. 위험이 발생할 확률에 자신이 속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일을 주저해버리거나 주저앉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자동차 1000대당 교통사고발생건수. 출처 : 통계청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내가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고자 할 때에도 OECD1000명당 국가별로 발생하는 유아사망률을 보고 주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우리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모든 일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미리 모든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왜 환경 분야에만 국한시키려고 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환경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과도한 위기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 태어난 유아 1000명당 사망률 2019 or latest available. Source: Health status (OECD data).

사전예방의 원칙을 고수하는 이들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결국 따져가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떠한 일이든 무엇을 시도할 때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조용하고 안전한 동굴 속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인 종착역이 아니라면 이 원칙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부암에는 걸릴 위험이 완벽히 제거될 만큼 세상에서 가장 깜깜하고 안전한 동굴을 찾았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동굴 속에서 살면 동굴 밖의 찬란한 태양 아래 광할한 자연을 보지 못하면서 서서히 눈이 퇴화되어 갈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CC0 공개 도메인. pxhere.

기후위기와 기후변화와 관련된 종말론적인 시각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소중한 눈을 잃어갈 것인지 아니면 쾌청한 하늘을 바라보며 선글라스를 끼고 친환경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서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위기를 극복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기후위기와 기후변화의 종말론적인 시각을 주입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과 여러 위험 속에서도 이를 극복해내면서 인류는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극복해나가면서 번영할 것입니다. 행복도 고통 없이는 행복이라고 할 수 없듯이 우리는 언제나 위험과 고통을 인지하고 삶을 도전적으로 극복하면서 살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서 이제 더 이상 종말론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환경 문제는 세상의 여러 중요한 문제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21세기에 최고의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처리해야 하는 많은 과제 중 일부인 것이다.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저자 비외른 롬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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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출처]

이순희 역(2008), 기후커넥션. 비아북

홍욱희, 김승옥 역(2003). 회의적 환경주의자. 에코리브르

위키백과(2019.06.18.). 사전예방원칙. Retrieved from https://ko.wikipedia.org/wiki/%EC%82%AC%EC%A0%84%EC%98%88%EB%B0%A9%EC%9B%90%EC%B9%99

중앙일보(2018.10.01.). 신생아 10만명 당 산모 사망률 8.4. Retrieved from https://news.joins.com/article/23009197

OECD Data(2019). Infant mortality rates. Retrieved from https://data.oecd.org/healthstat/infant-mortality-rates.htm

김은성(2011.03.11.). 사전예방원칙. 한국행정학회 Retrieved from http://www.kapa21.or.kr/epadic/files/%EA%B9%80%EC%9D%80%EC%84%B1(%EC%82%AC%EC%A0%84%EC%98%88%EB%B0%A9%EC%9B%90%EC%B9%9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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